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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산아나 기형아가 태어날 때마다, 동물이 급사할 때마다, 누군가가 병에 걸려서 도저히 낫지 않을 때마다 사람들은 그것이 마녀가 술책을 부렸기 때문이라며 고발했다. 집단에서 벗어나 다른 식으로 사는 사람은 누가 됐든 간에 언젠가는 마법사라고 밀고당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 까트린 끄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마법의 백과사전 p93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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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게 개개 서사를 가진 군상극으로 역시 다정하고 슬픈 소설인 피프티 피플은 좀더 꽉 묶인 느낌이 들어서 좋았는데 이쪽은 모호함이 더 커서 내겐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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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고독사 워크숍> 민음사, 2022. 뜻밖의 반가운 도서 목록의 향연. 작가님 나랑 세대와 취향이 겹치나보다. 사려깊게 다정한데 그 다정함이 내겐 적합하지 않은 소설이었다. 문장도 좋고 통찰도 좋고 재미도 있고 말하고자 하는 바도 명료하고 그 목적지 또한 동의할 수 없는 곳은 아닌데 내겐 아닌. 좋다 나쁘다로 따지면 고민할 여지없이 좋은 책이지만 좋아하는가 아닌가로 따지면 좋아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좀더 골자가 확실하고 한가지 줄기로 달려가는 이야기를 좋아해. 결정적으로 이런... 사람 사는 이야기...가 별로 취향이 아니야..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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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동안 쓸모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 박지영, 고독사 워크숍 p353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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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끝에 가면 결국은 이런 맥락에서 필요했구나, 꼭 필요한 장면이었구나 하면서 납득할 수 있게 될까? 예를 들면 지금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도? 그러나 죽기 직전에야 밝혀지는 진실이라니.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 박지영, 고독사 워크숍 p188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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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해 주려는 마음. 그것이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지도 못한다는 걸 알리스는 알고 있었다. 지나치게 알았다. (...) 그럼에도 자꾸 그런 마음이 솟구치는 것, 어쩌면 학습된 너그러움과 용납의 태도가 가해를 정당화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태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 박지영, 고독사 워크숍 p124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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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대비용 라디오를 판 남자는 재난이 오지 않는다고 믿게 된 것이 아니었다. 재난에 대비할 수 있다고 믿지 않게 된 것이었다. - 박지영, 고독사 워크숍 p57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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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은 산다. 오 대리는 그 말이 싫었다. 징그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할머니, 산 사람은 살기도 하지만 죽기도 해. 죽은 사람이 죽는 거 봤어? 산 사람이 죽기도 하는 거라고. - 박지영, 고독사 워크숍 p22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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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엘리, 2016. 재밌다. 전에 읽었을 땐 그저 깔끔하다고만 생각했던 것 같은데 다시 보다보니 이 자 또한 남작가구나 싶어 짜치기도 했다. 그들의 성찰엔 한계가 있다. 네 인생의 이야기는 여전히 무척 좋고 바빌론의 탑도 좋았지만 이해는 어쩐지 자강두천 같았고 일흔두 글자는 지루했다.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는 다소 빈정거리게 되었고. 어쨌든 좋은 작가긴 해. 숨 쪽이 좀더 좋았던 것도 같고? 기억보다 더 언어에 관심이 아주 많은 사람이었구나. 그 점이 좋다.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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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마음속 깊이 무조건적으로 믿고 있었던 무엇인가는 결국 사실이 아니었고, 그걸 증명한 사람은 다름아닌 나였으니까.” -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영으로 나누면‘ p146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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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파스투로 <스트라이프, 혐오와 매혹 사이> 미술문화, 2022. 하 재밌다.. 파랑의 역사 지나치게 재밌는 바람에 빨강의 역사나 색의 인문학은 상대적으로 덜 재밌었는데 스트라이프 와우. 중요한 건 아니지만 본문 내내 줄무늬라고 하면서 왜 제목엔 스트라이프를 썼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줄무늬-반점이 동일시되면서 동물에까지 그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부분 정말 재밌었고 서양 광대옷이 왜 그 모양인가 설명되는 이야기는 짜릿하기까지 했다. 상징사가 최고야 너무 재밌어. 배척과 부정적인 선입견의 관점에서 붉은 머리와 곧잘 동급으로 여겨지는 대목은 빨강의 역사랑 다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다른 색깔 책은 더 안 들어오나.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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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서양의 의복 체계에서 줄무늬와 파스텔 색조가 동일한 가치를 지닌 것처럼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파스텔 색조는 미완성의 색, 진짜와 다름없는 색, 또는 장 보드리야르가 쓴 표현처럼 “이름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색”이다. 한편 줄무늬는 중간색, 손상된 색, 씨실과 날실처럼 흰색으로 직조된 색이다. 결국 두 경우 모두에서 색조는 손상된, 문장학의 용어를 빌리자면 ’변형이 가해진‘ 느낌을 풍긴다. 서로 제작 기법은 다르지만 둘 다 흰색에 생기를 불어넣고, 색을 취사선택하여 불순 요소를 없애는 이중적 기능을 수행한다. - 미셸 파스투로, 스트라이프, 혐오와 매혹 사이 p152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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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지배에 맞서 독립을 선언한 열세 개의 식민지를 뜻하는, 열세 줄의 빨간색과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가로 줄무늬 깃발은 ‘전진하는 자유’와 새로운 사상의 상징물로 받아들여졌다. (...) 미국의 독립 혁명가들은 예속의 사슬을 끊어 낸 농노라는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속박과 배척의 상징(줄무늬 옷은 이미 1770년 경 펜실베이니아와 메릴랜드에서 죄수복으로 사용되었다)인 줄무늬 천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줄무늬의 코드를 완전히 뒤바꾼 것이다. 실제로 자유의 상실을 의미했던 줄무늬는 미국 혁명 이후로 자유의 표상이 되었다. - 미셸 파스투로, 스트라이프, 혐오와 매혹 사이 p108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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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에서는 표범을 지금처럼 고양잇과의 하나로 생각하지 않고 ’나쁜 사자‘로 간주했다. 이처럼 12-13세기 유럽 문화에서 표범이 온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업신여김을 당하는 바람에 사자는 부정적인 면을 표범에게 넘기고 동물의 왕이라는 존칭을 차지할 수 있었다. - 미셸 파스투로, 스트라이프, 혐오와 매혹 사이 p57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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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 아니라 ’다양성‘이라는 명사는 속임수와 심술궂은 언행, 나병을 지칭할 때에도 쓰였다. (...) 중세의 신실한 기독교인은 남들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을 꺼렸다. 그들에게 다양함은 죄악과 연관되고 지옥으로 인도하는 개념이었다.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동물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털에 줄무늬나 반점이 있는 동물은 사람들이 경계해야할 대상이었다. 호랑이, 하이에나, 표범은 살생을 즐기는 잔인한 동물, 송어와 까치는 남의 것을 훔치는 동물, 뱀이나 말벌은 위험하고 교활한 동물, 고양이나 용은 악마 같은 동물로 여겨졌다. - 미셸 파스투로, 스트라이프, 혐오와 매혹 사이 p54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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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에 줄무늬와 ‘다양성varietas’이라는 개념은 별개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중세 라틴어에서 ’줄이 있는 것virgulatus, lineatus, fasciatus’과 ‘다양한 것varius’은 종종 동의어로 사용되었고, 이런 동의 관계가 줄무늬를 단번에 경멸적 어휘로 분류되게 하였다. 중세 문화에서 다양한 것은 불순하고 위협적이며 부도덕하고 속임수를 쓰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다양한‘ 성향의 사람은 교활하거나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 잔인한 사람을 일컬었고, 이 말이 정신병이나 피부병을 앓는 사람에게 적용될 때에는 병자를 일컬었다. - 미셸 파스투로, 스트라이프, 혐오와 매혹 사이 p54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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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 <증언들> 황금가지, 2020. 시녀 이야기 불과 몇달전에 읽었는데도 그 사이 또 기억이 휘발되어서 몇년 텀을 두고 읽었던 지난번과 같이 또 긴가민가한 상태로 읽었다. 결말을 알기 때문인지 처음 읽었을 때보단 덜 괴로웠고 그러나 여전히 괴로웠다. 그리고 재밌어서 괴로움이 두배. 현실의 고통을 재현하는 것의 효용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보다는, 롤모델이 될만한 서사가 더 필요하지 않나 기우는 마음도. 하지만 애트우드가 늘 그렇듯 충실한 여자들 이야기이고 후반부는 더욱 그렇고. 다음 세대의 더 나은 처지를 바라는 마지막은 그걸 말하는 인물의 과거 행보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울리는 데가 있다. 작가의 힘이겠지.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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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믿고 싶었어요. 진심으로 믿음을 갈구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과연 믿음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갈망에서 오는 걸까요? - 마거릿 애트우드, 증언들 p434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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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는 것도 매번 도박이야.” 에이다가 말했어요.“이건 좀 더 심각한 도박이지요.” 일라이자가 말했어요.“나는 너한테 걸 거야.” 가스가 말했어요. “네가 이기면 정말 근사할 거야.”- 마거릿 애트우드, 증언들 p298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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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원인가 그네가 있었지만, 우리는 치마 때문에, 혹시나 바람에 날려 치마 속이 들여다보일까 봐, 감히 그네를 타는 주제넘은 짓은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 자유를 맛볼 수 있는 건 오로지 남자아이뿐이었죠. 남자아이들만 낙하하고 비상할 수 있었어요. 남자아이들만 공중에 떠오를 수 있었어요. - 마거릿 애트우드, 증언들 p27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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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모튼 <유령에 홀린 세계사> 탐나는책, 2022. 살면서 이렇게 오탈자가 많은 책은 처음이다. 뭔 너덧쪽마다 하나씩 있어.. 초벌 번역을 받고 아예 교정을 안 봤나봐. 너무 많으니까 나중가선 화도 안 나더라. 내용은 재밌어서 마냥 싫어할 수도 없었다. 그게 더 짜증나. 서양에서 나온 이런 류의 책이 다 그렇듯이 서양을 벗어나면 급격히 내용이 부실해지는 단점이 있지만 서양 얘기는 아주 충실하다. 모든 내용이 흥미로워서 발췌해둘 엄두도 못 내고 재밌게나 읽었다. 하지만 책을 너무 날림으로 만들었죠? 출판사는 양심이 있냐? 이 지경인 걸 알기는 하냐? 한번이라도 읽어라도 봤으면 이꼴론 출판 못 했을 것 같은데.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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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매우 짜증나고 그렇다고 마냥 짜증내기엔 기획은 좋은 아주 복잡한 마음이 되는 책이었다. 이제 보니 분류가 에세이네. 머쓱하군.. 처음부터 그냥 작가가 주인공인 얘기였구나.. 난 에세이에 대체로 짜증나는 편이니까... 하지만 차라리 사진을 더 부각해서 약간의 정보도 있는 사진집으로 냈으면 낫지 않았을까 싶다. 에세이로 읽기엔 사진 비중이 너무 크고 사진집이라기엔 지금은 판형이나 편집이 사진 보기엔 좀 불편해.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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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서스만 <나무의 말> 윌북, 2020. 사기당했어. 일단 대상이 나무만이 아니고 주인공이 그들인 것도 아니다. 2000년 이상 살아온 생물의 사진을 찍고, 그에 대해 꼭지를 단 책인데 초점이 해당 생물이 아니라 해당 생물을 찍는 작가의 과정에 맞춰져 있다. 생물에 대한 내용은 빈약하고 분량이 턱없이 적으니 어떻게든 보충하려고 작가의 신변잡기라도 넣어 양을 불린 것 같아 읽으면서 점점 더 짜증났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모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사진은 좋았고 한 챕터당 약 10-20%에 불과한 고령 생물 관련 내용이 아주 흥미롭고 지도와 도표가 무척 유익해서...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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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덮고 있는 이끼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끄트머리에 작은 잎들이 엉켜 있는 수천 개의 줄기로 이뤄진 관목이었다. 아주 빽빽해서 그 위에 올라설 수 있을 정도다. (...) 야레타는 밀도가 높고 수분이 없어서 토탄처럼 불에 잘 탄다. 연료로 효용이 크다는 점은 야레타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야레타 보호가 임무인 공원 관리인마저 추운 밤에는 체온 유지를 위해 야레타를 땐다고 알려져 있다. 야레타는 1년에 고작 1센티미터 정도 자라므로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지속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일이다. - 레이첼 서스만, 나무의 말 p134-139 #이팝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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